잊기 싫은데도 저절로 다른 기억에 묻혀버리는 기억 있다.
그런가 하면, 저렇게 지우고 또 지우고- 지운 지우개 가루마져 빡빡 털고 싶은 기억이 추억으로 머물러 있기도 하다.
아무래도 남 여 사이, 와삭 깨어진 감정의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, 아직 붙이면 어색하게 붙여질 쨈같이 약한 접착력,
그 약한 접착력은 다음엔 와삭 이 아니라 조각도 찾을 수 없게 와장창 깨져버리고 만다.
추억이란 잊기 싫은 이에겐 작은 소명일지 모르지만, 잊고 싶은 사람에게 빨리 버리고 싶은 악취라는 쓰레기일 뿐이다.
하지만 그 사람도 막상 버리려 할 땐 머뭇거리게 된다. 정말 열심히 썼던 내 것들 버리긴 해야 하는데 ˝버리지 말아!˝누군가 절실히 말해준다면 꾹 참고 다시 꺼내서 깨끗이 씻고 다리미로 다려 곱게 펴고 탁탁 털어서 말려주고 다시 원래 비슷한 모습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.
이렇게 다시 추억을 만들어내다 보면 또다시 버리고 싶어질 때 두 번 세 번 생각하다가 결국 누군가의 쓰레기봉투에 찌그러져 버려져 있는 것이다.
밀어내 버리고 싶은 추억, 그즈음이 좋았는데, 숨 참고 맡기 싫은 악취 나는 쓰레기가 돼버린 데, 누가 말려주지도 않는데 그즈음이 난 아직도 선명하다. /옮긴 글-